top of page

S A M P L E

 *센티넬버스입니다.

 

 (전략)

 

 몸의 반 이상이 기계이자 병기인 재현은 까놓고 말해 괴물이나 다름없었다. 이 사실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건 본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날에 인체실험을 당하고 병기가 심어진 몸이 얼마나 저주를 받은 것과 같은지 깨닫게 되는 날은 그리 길지 않았다. 때문에 재현은 수많은 전투에 임할 때마다 자신이 들여도 될 만큼의 힘보다 더 많은 화력을 퍼부었다. 어디서 그런 병기를 가져왔던지 재현이 그렇게 이성을 잃고 공격을 하면 재현의 이성은 어느 순간 잠들고 병기로서의 본능만 깨어 과잉 진압을 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수뇌부는 그런 과잉공격을 눈 감아 주었다. 알량한 배려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재현은 화가 났고 축적된 분노는 자기 파괴적인 면모로 돌아왔다. 아무리 마음을 잡고 나는 그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해도 전투에만 들어서면 재현은 또 다시 이성을 잃고 폭주했다. 아마 오늘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중사님....”

 

 호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누리를 불렀다. 규하는 씁쓸한 표정으로 폭주하며 달려드는 반란군을 사람에서 살점으로 만들어버리는 재현을 보고 있었다. 재현과 호준과 규하와 나머지의 가이드들이 투입되기 전에 부상당한 병사들은 이미 어느 정도의 치료가 끝나있었다. 재현의 뒤에서 영재가 엄호를 하고 있었고 재현의 살갗을 찢고 나온 금속날개가 둔탁하게 펄럭거리고 있었다.

 

 “저거... 원사님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동시에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 같기도 했다.

 

 “저걸 누가 말려.”

 “.....”

 “넌 처음 보겠지만 쟤 저러는 거 처음도 아니야. 매번 저래.”

 “그래도 그렇지 말입니다.”

 “항상 저러면 폭주 직전에 우리가 달려들어서 말리곤 하는데.. 오늘은 좀.. 심하네.”

 “지금 소강된 상태이기도 하고 원래 이 작전 반란군을 생포에서 심문하는 게 목적 아닙니까?”

 “모든 작전이 계획한 대로 진행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나?”

 

 규하가 하는 말은 구구절절 다 맞는 소리였다. 현실적인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호준은 약간 미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센티넬에겐 리바운드라는 것이 있다. 교과서에서 읽은 센티넬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대부분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여 내뿜는 것과 같기 때문에 능력을 쓰면 쓸수록 그 여파는 자신의 신체에 되돌아온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자체를 사람들은 리바운드라고 불렀다. 때문에 센티넬은 자신의 능력을 잘 조절하여 쓰되 리바운드가 크게 오지 않게 조심해야 했고 그런 센티넬들을 보조하는 게 가이드들의 일이었다. 호준은 폭주의 합병증과도 같은 리바운드가 무서웠다. 특히 ‘재현’의 리바운드가 무서웠다. 누가 보아도 저렇게 지나치게 힘을 쏟으면 후유증이 극심할 거란 건 명확했다. 그러나 규하는 가만히 있었다.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 항상 이래왔다고, 이재현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고 하면서. 상사가 하는 말이었기 때문에 호준은 튀어나가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전전긍긍하며 재현이 싸우는 걸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그 때, 반란군 쪽에서 날아온 총탄이 재현의 옆구리를 뚫고 나갔다. 쉴 새 없이 미사일을 퍼붓던 재현은 순간 비틀거렸다.

 

 “..윽.”

 “중사님..!”

 “네가 가서 어쩌려고.”

 

 호준은 참을 수 없었다. 나중에 상관들에게 끌려가 시말서를 써야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중사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호준은 규하가 붙잡을 수도 없이 빠르게 전장으로 뛰어갔다. 뒤에서 엄호하던 영재가 전투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호준을 보며 저, 미친 새끼..!!! 하는 욕설이 들렸다. 호준은 총탄이 뚫고 나간 옆구리를 붙잡고 있는 재현에게 달려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재현의 모습은 가히... 신과도 같았다. 기계의 신. 날개뼈 근처를 뚫고 나온 금속날개는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아무래도 날개가 나올 때마다 살갗을 갈기갈기 찢고 나오는 듯 했다. 그걸 깨닫고 호준은 마치 자신의 살갗이 찢어졌던 마냥 얼굴을 찡그렸다. 호준은 재현의 팔을 붙잡았다. 재현은 여전히 옆구리를 붙잡고 고개만 돌려 호종을 쳐다보았다. 재현의 눈은 완전히 죽은 눈이었다. 그 안에 재현의 이성이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았다. 호쥰은 다짜고짜 재현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재현은 거부하지도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이 사람을 치료해주고 싶다. 다친 걸 낫게 해주고 싶다. 이런 생각만 반복했다. 재현의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의외로 따뜻했고 부드러웠고 제 혀에 감기는 재현의 혀는 입술보다 뜨거웠다. 어떤 영화에선가, 키스를 하면 머릿속에서 종이 뎅뎅 울린다고 했다. 호준은 재현에게 입 맞추는 순간, 종이 뎅뎅 울리는 소리 대신 기어와 베어링이 드르륵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bottom of page